[감상문]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최초 등록일
- 2006.09.09
- 최종 저작일
- 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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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감상문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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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도시라는 공간은 인간에 의해 기획되고 건설된 하나의 생산품이다.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근대적 도시의 이미지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 아니라 황금만능주의와 물신주의의 팽배로 인한 파괴와 빈곤, 비합리와 소외가 끝없이 들끓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주지하다시피 1930년대는 일본 식민지 시대로서 도시적 삶이라는 근대체험의 특수성이 가장 두드러진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성이라는 공간을 화두로 삼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도시적 삶이 한 개인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내면화시키고 있는지 잘 그려내고 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일본 식민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경성에 사는 소설가 구보씨의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하루를 보여주고 있다. 구보씨는 일본 유학까지 마친 지식인이지만 그는 구보씨는 일정한 직장도 없이 홀어미 밑에서 인구 38만 2천여 명이 살고 있는 식민지 수도 경성의 다방, 정거장, 술집, 호텔 등을 방황하고 있다. 그의 경성산책은 처음부터 갈 곳이 없음을 상정하고 익명의 도시 군중 사이를 배회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구보씨가 일정한 직장도, 안락한 가정도 없는, 즉 ‘생활’을 가지지 않은 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도시가 구보씨에게 정해진 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가 근대의 도시적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보씨는 전차를 타면서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는 단지 도시의 소외된 주변인으로서 고독을 혼자 견디지 못해 다른 사람들의 정해진 행로에 몸을 실었을 뿐이다. 그리고 구보씨는 경성 거리를 다니며 대중의 속물적 삶에 대한 경멸을 느끼면서도 그들이 누리는 소시민적 행복을 선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구보씨는 자신의 이러한 산책이 소설 창작을 위한 의식적 산책이며 고현학이라는 사실로 정당화시키지만 살풍경하고 또 어수선한 길 위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그 자각을 압도하고 만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적 삶의 부적응 증세인 신경쇠약을 낳는다. 도시의 저녁,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할 때 구보씨는 무의미한 반복적인 일상에 대한 덧없음과 위태로움을 자각하지만 그 역시 어머니로 상징되는 ‘생활’의 압력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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