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프로이트와 담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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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그랭베르의 <프로이트와 담배>를 읽고 쓴 독서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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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지성사에 큰 영향을 끼친 새로운 학문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지극히 흥미로운 지은이의 가설에 기댄다면, 실로 담배가 아니었다면 정신분석학이라는 신대륙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은이가 집요하게 담배와 프로이트 학문 세계의 연관성을 뒤쫓는 것과 달리, 당사자인 프로이트는 정작 담배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담배 하나에 매달려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사상체계의 기반을 복원해 내는 지은이의 솜씨가 수준급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프로이트와 프로메테우스를 비교한 대목은 지은이의 ‘정신분석학적 상상력’의 고도를 가늠케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불세출의 두 영웅은 두 가지 면에서 닮았다. 그 하나는 이들을 영웅으로 만든 것이 ‘큰 회양풀 줄기 속에 감추어진 불’이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금기를 위반한 대가로 비슷한 형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독수리가 간을 쪼아 먹는 징벌에 놓였던 프로메테우스처럼 프로이트도 16년간 구강암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두 영운은 “서서히 갉아 먹히는 형벌”을 감당해야만 했다.
이 책에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프로이트 이론이 안고 있는 단점에 기인한다. 모든 신경증의 원인을 억압된 성적 욕망으로 환원했던 프로이트처럼, 지은이 역시 담배를 만사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출어람이라기보다는 판박이인 셈이다. 책을 덮으면서 만약 프로이트가 환생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에 착안해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까발린 지은이를 뛰어난 분석가로 평가할까, 아니면 돌팔이 녀석이라고 욕하며 무시할까. 내가 짐작하기로는, 그저 씩 웃으면서 애썼다고 말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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