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철학]「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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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신론자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다신론자이다.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도 나는 천주교 신자였고, 그보다 더 오래 전 기억조차 없던 시절에도 나는 천주교 신자였다. 거기에 내 의지라곤 전혀 없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우리 친척들 모두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나도 태어나자마자 자연스럽게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가족 모두 주일에 성당에 열심히 나가는 편이 아니었다. 초등학교시절을 제외하면 성당에 나간 기억이 별로 없다. 마음속으로 늘 기도를 하면 되는 것이지 왜 주일마다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가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사를 보지 않으면 그 다음에 미사를 볼 때에는 고해성사를 해야만 했다. 미사에 빠지는 것이 왜 죄일까...? 그때에 교리시간이 있었지만 ‘믿음’이 중요한 것이지 교리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란 생각에 교리시간에는 늘 도망가기 바빴다. 따라서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그 교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천주교 신자 노릇을 관두기로 했다. 교리도 잘 모를뿐더러 천주교보다는 불교에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풍기는 향냄새가 좋았고, 빛바랜 단청이 좋았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보다 온화한 미소의 부처님이 더 좋았다. 조용한 산사의 풍경소리와 목탁소리가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천주교처럼 교리는 전혀 모른 채 불교의 겉모습이 좋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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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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