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잔인한 도시 분석
- 최초 등록일
- 2005.11.16
- 최종 저작일
-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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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잔인한 도시 분석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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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사내는 언젠가 그가 교도소를 들어갈 때부터 그의 전 재산이었던 낡고 작은 사물(私物) 보퉁이 하나를 손에 든 채 마치 망각의 길을 헤쳐 나오듯 변화 없는 발걸음으로 교도소 길목을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전쟁 후에 한창 유행하던 염색 야전잠바 웃도리에, 역시 낡고 색이 바랜 황록색 당꼬바지의 차림새들이 이마 위로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내린 그의 그런 차림새나 센 머리털의 지치고 무기력한 느낌은 사내가 세상 사람들의 망각 속에 교도소 안에서 훌쩍 흘려 보내버린 그 무위한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출소한 노인은 대중들에게는 망각의 장소라 할 교도소에 격리되어 있다가, 바깥세상으로 사회적 공간 좌표가 전이된 인물이다. ‘염색 야전잠바 웃도리’, ‘낡고 색이 바랜 황록색 당꼬바지’에서 알 수 있듯이 바깥에서 진행된 시간적 변화로부터도 완벽히 소외된 인물이다.
교도소는 도시의 서북쪽 일각, 벚나무와 오리나무들이 무질서하게 조림된 공원 숲의 아래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 무질서한 인조림이 끝나고 있는 공원 입구께에서 2백 미터 남짓한 교도소 골목이 꺾여들고 있었다.
그가 있었던 곳은 교도소이며, 걸어 나온 곳은 공원이다. 도시에 진입하기 위해선 이 공원을 통과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평면 분할 구도로 보면, 좌에서 우로 좌표 이동 중이다.
서북향이라는 어휘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를 절기에 비하면 늦가을이나 초겨울이겠고, 색이라면 회색이다. 사람의 일생에 비유한다면 초로이며, 하루 중에는 땅거미가 내려앉는 무렵이다. 또, ‘왼손잡이’와 같은 단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다수가 아닌 소수라는 개념, 그에 수반되는 소외와 박해 등의 뉘앙스가 고스란히 ‘서북방’이란 단어의 내포이다.
출감한 노인이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선 공원을 지나야 하고, 공원은 그 중간 위치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매개’와 ‘차단’의 이중적 성격을 띤다. 그런 의미에서, 공원은 우선 ‘교통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교통섬은 도로․신호 체계상 정지선의 경계가 명확치 않아 각 방향 차량이 뒤엉키기 쉬운 곳을 뜻한다.
참고 자료
경계로부터의 도약 - 김병용
마지막 화해 - 정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