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작문]수필
- 최초 등록일
- 2005.11.02
- 최종 저작일
-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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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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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늙고 거친 손에 끼어진 반지. 지금까지 겪은 인생의 고단한 행보에 대한 보답은 그렇게 그 분의 손에 어딘가 낯설기만 했었다. 이런 낯설음이 그 분 연배엔 당연한 듯 여겨지던 나에게 오늘은 유난히 그 손에 끼어진 반지가 익숙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태어나면서부터 그 손의 희생을 받으며 자란 연유에서인지 그 손은 항상 당연히 나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리라 기대 했었다. 항상 온갖 좋은 것은 그 분의 손을 잠시 거쳐 나에게로 왔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궂은 일도 때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손쉬운 일도 모두 그 손이 도맡아 왔다. 어려선 나보다 크고 뭐든 할 수 있는 할머니니까…….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애니까……. 막연하게 이렇게만 생각하며 그 분의 그리고 그분 손의 고마움을, 희생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할머니 품을 떠나 있는 지금. 오랜만에 뵌 그 분의 손에 끼어진 반지가 유난히 익숙하게만 보여진다.
큰아들이 해 준 반지라고, 작은 아들이 사 준 옷이라고, 큰손녀가 만들어 준 쿠션이라고. 동네 친구 분들이 모이신 자리면 항상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입만 여시면 나오는 아들, 딸, 손자, 손녀 자랑이 그칠 줄 모르신다. 자신의 삶의 전부가 모두 그들인 양 그들의 이야기로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띄우시며 대화를 이끌어 가신다. 가끔은 이런 작은 것에 기뻐하시며 자랑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냥 어린애 같기만 했었다. 그러나 이런 할머니의 말속에는 자신의 삶의 그리 헛되지 않았음을 친구 분들에게 알리고 싶으셨으리라. 분명 할머니 덕분에 우리는 남들 못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할머니의 고생에 힘입어 모두들 소위 남들이 성공, 출세라 말하는 위치에도 올라있다.
그러나 이런 할머니에겐 남들과는 약간은 다른 삶의 자취가 남겨져 있다. 눈으로 여실히 드러나는 그런 흔적들은 아니지만,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는 그 분의 넋두리에 거칠어진 그 손에 항상 미소 띤 얼굴의 주름에 모든 아픔이,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베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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