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멈둘레꽃']서정주 `멈둘레꽃`

소개글

^^

목차

없음

본문내용

비슷한 방법으로 서정주는 ‘멈둘레꽃’의 1연에서 웃음을 드러내고 있다. 문둥병이 발하여 눈가가 희어진 것을 보고 ‘하이얀 멈둘레꽃’이 피었다고 말하면서 ‘우숩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때의 웃음은 앞서 말한 것처럼 즐거움이나 기쁨 혹은 우스꽝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보’라고 불리는 대상의 슬픈 모습에 대한 조롱에 가까운 것이며, 반어적인 표현이다. 결코 울음을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는 극도의 슬픔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3연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도록 곱씹으면서 되새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보리밭에 자빠졌다가 나오면 눈과 코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에 겪는 당황스러움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아픔에 병자는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리라. 게다가 잃어 버리는 것은 육체 뿐만이 아니다. 함께 사랑하며 꾸었던 꿈(상사몽)조차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순식간에 몸과 정신의 소중한 부분들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연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종호 교수에 의하면 2연은 남녀 간의 정사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둥병의 고통을 말하고 있는 1연과 3연 사이에 왜 그러한 남녀의 정사를 넣었을까? 남녀의 정사는 보통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의미한다. 죽음을 눈 앞에 둔 그들의 생명 잉태를 위한 노력은 어떤 경우보다 절실할 것이다. 아마도 시인이 의도한 것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사람들의 생을 향한 꺾일 수 없는 몸부림일 것이다. 그것은 그러나 이루어 질 수 없고, 또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기에 그들은 ‘들키면 큰일나는 숨들을 쉬고’ 있는 것이다.
유종호 교수는 마지막 연에서 모호한 의미의 비약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공중에 푸를리라’라는 화자의 갈망과 ‘소주’의 사이에 있는 의미론적 연관의 불투명성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