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고전]사르트르의 구토
- 최초 등록일
- 2005.05.04
- 최종 저작일
- 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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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소담출판사 사르트르의 구토 입니다. 옮긴이 이혜정님 2002년작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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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나는 역사학자의 임무가 심리분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 우리는 ‘야심’, 혹은 ‘이해관계’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포괄적인 감정만을 문제 삼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그걸 이용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를테면 내 손에 새로운 것, 말하자면 파이프라든가 숟가락을 잡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는 숟가락이 잡혀주는 방법을 터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막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멈춰섰다. 손에 차가운 물체를 들고 있었는데, 그 물체가 자기만의 특성으로 주의를 끌었던 것이다.
변한 것은 바로 나다. 이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다. 물론 가장 불쾌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지배받는 다는 걸 인정해야한다.
사실 나는 생각을 안하고 살기 때문에 자잘한 변화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쌓였다가 어느날 봇물처럼 대변혁이 일어나고 만다. 이것이 내 생활에 고르지 않게 일관성 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령 프랑스를 떠났을 때 모두들 내가 또 변덕을 부려서 떠나 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6년의 여행을 끝내고 갑자기 돌아왔을 때도 역시 내가 변덕을 부려서 돌아왔다고 말했으리라.
불상이 바보처럼 보이면서 불쾌하게 느껴 졌다. 나 자신이 심각한 권태에 사로잡혀 있음을 느꼈다. 내가 왜 인도차이나에 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왜 이런 괴상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지, 나의 정열은 사라져 버렸다. 그 정열은 몇 년 동안이나 나를 휘어잡은 채 나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공허감을 느꼈다. 하지만 더 지독한 건 내 앞에 퇴색한 관념 하나가 무기력하게 놓여 있다는 거였다. 그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내 마음을 괴롭혔기 때문에 나는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또 차곡 차곡 쌓여가는 징조들이 내 삶을 파괴하려는 예고라면 정말 두렵다. 내 삶이 풍부하다거나 만족스럽다거나 소중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시 생겨나려는 것, 나를 사로잡으려는 것, 그것이 두렵다. 그리고 그것은 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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