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를 읽고
- 최초 등록일
- 2005.04.07
- 최종 저작일
- 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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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상자는 ‘나’가 아내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물이었다. 아내가 떠나고 난 후 방에 들어가서 상자를 일일이 열어보면서도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변화’와 ‘삭막하지 않은 생활’을 위하여 이사를 오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만 ‘나’에게 있어 삶이란 마감뉴스를 챙겨보고, 증권 시황과 시사 주간지를 보며 잠자리에 들어 섹스를 하고 다시 일자리로 나가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불감증이 있고 불임 크리닉에 다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해외출장을 떠난 남편이 있는 여자가 이사 오게 되고 ‘나’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다. 아내를 휴양소에 보내고 나서 아내의 방을 정리하다가 상자를 발견하게 되는 ‘나’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은 아내가 흉터처럼 상자를 간직했다는 것이다.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인상이 강하게 느껴지는 ‘나’에 비해 아내는 두드러지는 묘사가 없다. 아내가 가장 자세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대학 입시 때 ‘목이 꽉 조이는 스웨터’를 입고 가서 시험을 치뤘다는 부분이다. 그녀는 ‘물소리’와 ‘닫혀진 문’ 때문에 강박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입시에서 실패한다. ‘물소리’와 ‘닫혀진 문’에 대해 강하게 감정을 발산한 그녀는 아내로 돌아가면서 다시 흐릿해진다. 두 가지 개념은 아내의 존재감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준다.
아내를 사랑한 다고 말하고, 아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나’가 말하는 아내는 단편적인 느낌이다. 처음 이사를 온 날 아내가 커튼 색을 물어볼 때 아내가 병원을 연상시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블라인드’로 하라고 말을 한 ‘나’는 후에 깨닫고 아내를 쳐다보았지만 아내의 평온한 표정밖에 발견하지 못한다. 아내와 잠자리를 회상할 때도 몸 한가운데 박혀있는 입술산처럼 조그만 버튼을 참을성을 가지고 만져줘야 한다고 말하는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밖에 모르는 현대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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