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철학] 나를 형성한 내 주변의 문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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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가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하루종일 뛰어다녀도 결국 다 돌지 못할 것 같은 넓은 모래사장과 여섯 살이던 우리들이 두 팔을 다 펼쳐도 감싸안지 못할 정도의 엄청나게 큰 느티나무들. 그렇듯 무수한 자연의 추억을 품고 있는 시골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나는 태어났다. 내가 걸음걸이를 배우고 가정의 보호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를 획득한 이후 내 생활의 대부분은 소박한 자연 속에서 이루어졌다. 숨이 차서 왼쪽 옆구리가 아프도록 뛰고 뛰어도 막히지 않는 넓은 들판과 겨울이면 베어진 논고랑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순수한 욕망에 충실했었다. 그런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면, 그건 해질 녘 찾아오는 누이들과의 재회이다.(재회라는 단어의 느낌만큼 당시의 내 기다림과 그리움의 중간상태를 나타내주는 단어를 찾기는 힘들다) 비록 나무 그늘아래에서 정신 없이 놀고는 있었지만 난 애타게 기다렸던 것이다. 그건 또 다른 유희에 대한 기다림이었다.
맏이인 형은 언제나 말이 없는 편이였다. 난 그 당시 형과의 8년이란 시간의 틈을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산수적 개념이 없었지만 그 어색함만은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내가 중학생이 되던 날 우연히 훔쳐본 형의 일기장에서 난 형의 쓸쓸함을 비로서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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