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론] 윤후명의 여우사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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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의 문학적 출발은 그의 이상을 현실에서 찾고자 함에서 시작된다. 6.25를 거치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무능력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인생의 가치를 문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지만, 그의 인생도 그렇게 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많은 직장을 옮겨 다니다 시인으로 출발하여 소설가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십 년, 그는 헤매이고 또 헤매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문학관에 근본적인 길을 잡기 시작했다. 그가 문학을 통해 찾고자 했던 이상은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오히려 참으로 소박하고 순수한 생명, 진실한 사랑일 것이다.
'여우사냥'은 현실과 이상에서 좌절해 러시아로 간 친구를 만나 함께 떠난 여우사냥을 배경으로 한다. 여느 소설처럼 푸쉬킨이나 박물관 등 한없이 겉가지로 나가지만, 주조는 그 친구의 삶과 내 삶의 방향들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배경처럼 깔려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체로 정체 모를 상실감, 존재의 불안감, 고독, 절망에 쌓여 있고, 이런 존재론적 공허와 결핍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듯이, ‘여우사냥’에서도 그런 존재론적 근원을 찾는 주인공의 행위가 집을 떠나 어디론가 찾아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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