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문] 가치있는 삶에 대한 자가 질문
- 최초 등록일
- 2003.11.12
- 최종 저작일
-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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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 빨리 안오고 뭐해? 계속 서있을거야?”
왁자지껄한 관람객 무리를 앞서 보내고, 친구는 나를 재촉했다. 그러나 나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T자형 옥사의 정중앙에 서있는 내게 제1․제3․제5옥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완연한 봄날씨의 포근함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차디찬 옥사의 기운이 뼛속을 파고드는 것이었다. 무채색의 벽돌과 철창, 그리고 어두컴컴함은 그곳에 그저 관람을 온 나에게조차 참을수 없는 부담감과 암울함을 전염시킬 것만 같았다. 그곳은 단순히 일제시대 서대문형무소를 재현한 곳이 아닌, 실재 옥사였다는 사실이 나를 더 참담하게 만들었다. 바로 직전에 거쳐온 각종 고문재현의 현장에서 들은 비명소리와 고통이 오히려 침묵의 현장에서 더욱 생생하게 전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안내원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설명해주었지만 사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조차도 포기하기를 기꺼이 감당했던 그들이 진정으로 갈구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황급히 발걸음을 옮긴 곳은 사형장이었다. 침울했던 옥사건물을 빠져나와 잠시나마 연두빛 풀내음을 만끽했다. 물론 옥사를 쳐다보면 그 절절한 대비가 서글퍼질 정도지만 말이다. 목조건물에 5m나 되는 철조망의 벽으로 둘러쳐진 기괴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형장 앞에는 마치 그 건물의 쓰임새를 암시하듯 미루나무 한 그루가 심겨져 있다. 조국독립투사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그 한많은 삶을 반추하며 기대어 흘린 눈물로 자란 미루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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