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에 대한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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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조선 건국 200년 후에 일본인들은 한반도를 침략하여 소위 ‘임진왜란’ 이 일어난다. 조선왕조가 16세기 후반 이후 왜란과 호란을 잇달아 겪은 것은 연산군의 몰락이 가져온 왕권의 피폐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 큰 불행은 이같은 국난을 겪고도 반성하지 않고 조선이 오히려 소중화(小中華)라는 비현실적인 자대(自大)의식에 빠져 점차 고립국가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한계를 드러낸 송대의 성리학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인 조선성리학이 필연적으로 다다를 수 밖에 없는 불행한 귀착점이었다.

연산군은 힘의 논리에 따른 역사적, 이념적 희생자이다. 성리학적인 기준에서 볼 때 연산군을 폭군으로 지목하기에 꼭 들어맞는 사건이 연산군 대에 적지 않게 일어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종 대에 일어난 기묘사화는 그 규모와 참혹성 면에는 연산군 대의 무오, 갑자사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지만 중종은 폭군으로 몰리지 않았다. 연산군이 만고의 폭군으로 몰린 근본 원인은 그가 폐위되었다는 것이다. 연산군은 왕도주의를 추구하는 성리학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제왕의 신분으로 풍류를 즐기면서 패도주의를 추구했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만고의 폭군으로 낙인찍혔다.

폭군을 통치학적으로 정의하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보장 또는 관철하기 위해 통치제도와 통치관행을 무시하고 통치권력을 자의로 운용한 군왕’ 이라 할 수 있다.

연산군 대까지는 강력한 왕권과 미약한 신권이라는 통치권력의 틀이 유지되었지만 중종반정으로 말미암아 미약한 왕권과 강력한 신권이라는 정반대의 틀로 뒤바뀌어 조선왕조 말기까지 그 틀이 유지되었다.

중종 반정 이후 조선왕조 통치체제의 특징은 막강한 신권 세력이 통치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것이다. 신권세력이 통치권력의 주도권을 잡으면 민심을 하나로 규합해 국세(國勢)를 외부로 확장하기가 어렵다. 민생안정과 국세확장은 강력한 왕권 확립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연산군 몰락 이후 조선왕조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민생을 도모하고 국위를 신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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