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학-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 최초 등록일
- 2003.07.08
- 최종 저작일
-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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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서정학『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서정학 그의 가벼움의 무게
본문내용
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원
완벽한 평일에 동물원을 찾는 사람, 따위는 없다, 동물원행 버스는 텅, 텅 비고,
동물들은 보통의 불완전한 휴일과 다름없이 늘어져 자거나, 샌드위치 두 개와
반쯤 남은 오렌지 마멀레이드
한 병, 푸른색 체크 무늬의 냅킨이 들어있는 피크닉 바구니가 우리 앞 벤치에
놓인다, 코뿔소의 뿔은 평일에 녹아 흐느적거리고 기린들의 목은
충분히 길지 않다, 평일의 하품으로 원숭이들은 마주보고 앉아 이를 잡는다,
악어 우리에 빠져 살려달라는 비명조차 없는 평일의 한가로움은
아카시아 나무들과 코끼리 똥 밑에 깔려 있는 풀들에게도 전염되어
바람 속에서 하늘거리게 하고 햇빛은 별로 뜨겁지 않다, 휴일의
먹다 버린 팝콘은 누구도 집어먹으려 하지 않고, 아무도 구경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평온한 평일은 달력에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사진도 찍히지 않는다
평일의 동물원에는
비닐들만 날아다니고, 캔들만 바람에 굴러다닌다,
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원
- 「평일의 동물원」中...
머리 속에 떠오르는 동물원은 활기 있고 힘차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먹을 것도 많을뿐
더러 날씨도 화창하다. 누구의 사진을 보더라도 기린이나 코끼리 우리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쯤은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동물원은 그리 활기 있어 보이지 않는다. '버스는 텅, 텅,
비고' 코뿔소, 기린, 원숭이를 비롯해 주위의 식물들과 햇빛마저도 나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원'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여기서 시선을 끄
는 것은 평일(오후의 동물원)을 꾸며주는 '완벽한' 이라는 수식어다. 도대체 뭐가 완벽하다는
말인가. 동물원이 사람들과의 소통을 보이지 않고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데 어떻게 완벽
하다는 수식이 붙을 수 있는가. 오히려 이것은 반어적으로 들린다. 이와 대비로 '불완전한
휴일'이란 시구도 보여지나 이 역시 같은 효과를 노리고 사용한 듯 싶다. 때문인지 '평일의
동물원에는 / 비닐들만 날아다니고, 캔들만 바람에 굴러다닌다 // 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
원'이라고 끝맺는 것은 뻔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상의 부
분을 작가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