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메논 에세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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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 책만큼 나를 아포리아에 처하게 한 책은 없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소크라테스와 메논처럼 상대방과 깊은 철학적 논의를 한 적도 없거니와 철학적 논의에 관련한 책을 읽은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곤란한 책을 몇 번 읽어가면서 나는 메논 그 자체였다. 아니, 어쩌면 메논에 미치지도 못하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비판이나 논박은커녕 소크라테스의 언변에 휘말려 전적으로 그에게 동의할 뿐 나의 생각이란 할 수 조차 없었다. 이제 조금 한 발을 내딛어보고자 한다.
‘~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소크라테스의 방식으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메논처럼 그것의 종류나 형태의 나열에 그칠 것이다. 메논의 답이 본질에 대한 설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메논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린다.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떤 문제의 종류나 형태에 대한 설명이 진정한 답인 본질에 대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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