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간의 한국미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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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은 1950년대 후반에야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룬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황폐하기 그지없었다. 1950년대 이후 한국미술에서 6.25 전쟁의 이미지는 이러한 전쟁이 야기한 물적, 인적, 심리적 상실을 근간으로 재현되었다. 6.25 전쟁은 많은 미술가들에게 절박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했다. 해방공간의 열기 속에서 민족미술의 기치아래 좌우를 넘나들던 많은 미술가들은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해 이념과 국가의 총체적 폭력 속으로 급격히 빠져들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낡은 군복과 조그만 증명서는 ‘종군화가’로서의 신분을 보장함과 동시에 때로는 전쟁기간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명을 보전하는 수단이었다. 이 시기 종군화가들이 그린 전쟁은 치열한 전투의 현장으로 기록되었다. 종군화가들에게 있어 6.25 전쟁은 처절한 전투나 승리한 전쟁으로만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 동안 제작된 대다수의 기록화는 전장의 고단함과 적막한 폐허의 풍경 속에서 동적상잔의 비극에 처한 시대의 모습을 애잔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또한 전쟁의 와중에 학살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공공의 폭력은 보다 강렬하고 직접적인 이미지로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전달한다.

1960년대 한국미술은 이 땅의 모든 것들이 그러했듯이 6.25라는 외상을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서양미술의 무비판적 수용을 극복해야 하는 책무도 주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가 주도한 추상미술운동,즉 ‘앵포르멜 운동’은 1940-50년대 유럽의 앵포르멜과 미술의 추상표현주의를 일본을 거치지 않고 국내에 이식하고자 헀던 몸부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이라는 존재가 느껴야 했던 극심한 고통과 갈등을 캔버스에 담았던 서구의 앵포르멜이 10여 년 뒤 6.25라는 민족의 비극을 추슬러야 했던 국내 미술계에 그대로 옮겨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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