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향기
- 최초 등록일
- 2014.06.17
- 최종 저작일
- 20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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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로렌스(D. H. Lawrence)의 예술적 본령이 장편소설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는 중ㆍ단편소설의 영역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작가이다. 로렌스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비평적 인식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비평가인 리비스(F. R. Leavis)는 로렌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지개'(The Rainbow), '연애하는 여인들'(Women in Love)과 더불어 중단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15) 로렌스를 중단편소설의 “최고의 거장”으로 평가하고, “그의 재능은 거기에서 처음부터 독창적인 힘의 권위와 놀라운 성숙성을 띤 채 발현된다”(His genius manifests itself there with an authority of original power, and an astonishing maturity, from the start, 85)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로렌스가 남긴 많은 중단편소설 가운데서도 「국화향기」(“Odour of Chrysanthemums”)는 비교적 초기의 글이면서도 남다른 비평적 주목을 끌어 왔을 뿐 아니라 일찌감치 그 성취도를 인정받아온 작품이다.1) 독자로서는 도대체 이 작품의 그 어떤 특별한 면모 내지 성취가 그토록 많은 주목을 끈 것인지, 또 이러한 사실이 로렌스가 펼친 작품세계 전반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품어봄직하다.
<중 략>
즉 이 장면은 아버지가 거처한 집의 늙은 여주인이라든가 의사의 말을 통해 씨릴에 의해서 부정된 아버지의 다른 면모들을 암시하는 바가 없지 않을 뿐 아니라, 씨릴의 관점에서는 결코 수용되지 못하는 아버지의 심대한 고통을 비극적 층위로까지 강렬하게 환기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부모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태도가 투영되었다 할 이 장면의 단순치 않은 층위는 서로 다른 두 욕망, 즉 아버지의 존재를 배제, 혹은 제거하려는 작가의 욕망과 타자성을 환기하는 죽음이란 계기를 통해 소외된 아버지의 존재를 복원하려는 또다른 잠재된 욕망 사이에 균열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참고 자료
Martin F. Kearney, Major Short Stories of D. H. Lawrence: A Handbook (New York: Garland, 1998)
D. H. Lawrence의 소설에 나타난 타자성의 문제--Sons and Lovers, The Rainbow, Women in Love를 중심으로 (서울대 박사학위논문, 2003)
Kalnins, 150-51 및 Michael Black, D. H. Lawrence: The Early Fiction (London: Macmillan, 1986)
Raymond Williams, Drama from Ibsen to Brecht (1952; Harmondsworth: Penguin,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