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러의 미적교육론 관점에서 본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어부와 그의 영혼｣

소개글

국내에서 이루어진 와일드의 작품에 대한 선행연구는 지금껏 대부분이 희곡 <살로메 Salome>, <진지함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을 비롯한 여러 희곡과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에 한해 이루어져 왔다. 이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 넘치는 언어유희로 당대부터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고 또 그가 주장했던 유미주의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이어서 그의 사상적 유산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으로 손꼽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와일드는 비교적 초기에 동화집도 두 편을 남겼는데 이 중에서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만이 교육학의 측면에서 다루어져 왔을 뿐이다. 그의 동화 연구는 아직 국내 영문학계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와일드의 세계관은 아이들을 위한 글에서도 여전히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문학의 내용과 형식을 따르는듯하면서도 재치 있게 변형하여 그 간극 사이에 많은 의미를 숨겨놓는다. 대체로 동화는 복잡하지 않은 플롯과 대립이 뚜렷한 전형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강조한 결말을 암시한다. 등장인물들의 본질적 고민은 문제시하지 않고 어른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도덕적이라고 평가받는 요소만을 강조하여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발현을 억제하고 사회적으로 공인된 가치관을 주입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91년에 출간한 단편소설집 <석류나무 집 A House of Pomegranates>에 수록된 그의 동화들은 기존의 동화가 맡은 역할, 즉 아이들을 문화적 가치와 도덕적 규범에 순응하도록 교육하는 틀을 깨고 기존 가치관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어린 왕 The Young King｣은 산업사회가 낳은 비참함을 고발하고, ｢공주의 생일 The Birthday of the Infanta｣과 ｢별에서 온 아이 The Star-Child｣는 외면적 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상류계층의 허위의식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다.
본 논문은 이 중에서 ｢어부와 그의 영혼 The Fisherman and his Soul｣이 전통적 이원론에 따라 구분되어온 감성과 이성의 대립과 승화의 과정을 내포한 것으로 보고 그 구조를 미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여 이론으로 확립한 바 있는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von Schiller, 1759-1805)의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서한 Über die Ästhetische Erziehung des Menschen in einer Reihe von Briefen>에 등장하는 미적교육론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목차

Ⅰ. 서론

Ⅱ. 본론
1. 쉴러의 미적교육론과 예술의 본질
2. 감성과 이성의 조화 : 아름다움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

Ⅲ. 결론

본문내용

Ⅰ 서론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유미주의(Aestheticism)’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평론가이다. 이는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사조로서 ‘탐미주의’라고도 불리며 19세기 후반에 대두되었다. 이 운동의 뿌리는 독일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가 판단력 비판 에서 순수한 심미적 경험이란 모름지기 유용성이나 도덕성 등의 외적인 목적과는 무관하게 대상을 사심 없이 관조하는 행위에 있다고 말한 데서 시작하며, 일련의 프랑스 작가들을 통해 꽃을 피웠다.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라는 구호로 잘 알려진 이 사조는 영국의 페이터(Walter Pater)가 받아들이고 라파엘 전파를 거쳐 와일드에 이르러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정신보다 감각을, 내용보다 형식을, 현실보다 공상을 중시하고 미를 진(眞)과 선(善)보다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미주의에 대한 후대의 평가에 앞서서, 먼저 이 예술사조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중 략>

인어와 함께 하던 바다세계로 돌아가지 못한 어부는 사랑을 애타게 그리며 해변을 배회한다. 더 이상 영혼의 속삭임을 듣지 않기로 결심한 그는 영혼이 제시하는 세상의 모든 쾌락에도, 모든 고통에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다 마침내 영혼은 그를 유혹하기를 포기하고 단지 어부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길 소망한다. 오랜 고통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성숙해진 어부는 영혼이 홀로 세상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을 이해하며 관대히 마음에 들어올 것을 허락한다. 자신이 해온 행동을 뉘우치며 보낸 고독의 시간동안 그의 이성능력이 사색을 통해 발전한 것이다. 사랑에 빠져 자신이 속한 세계를 단숨에 떨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갔던 만큼 감각적 수용능력은 충분했지만, 순수이성에 의한 사고력이 부족했던 그의 정신이 고통을 겪고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감성과 나란히 할 만큼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부의 마음은 사랑으로 둘러싸여 영혼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때 바다에서 큰 통곡 소리가 들리며 죽은 인어의 시체가 해변으로 밀려왔다. 슬픔에 휩싸인 어부는 영혼의 만류에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고백하며 그 자리에 머물러 죽음을 맞이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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