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매잡이
- 최초 등록일
- 2003.01.23
- 최종 저작일
- 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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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지난 봄 갑자기 세상을 등지고 만 민태준 형은, 그가 이승에 있었다는 흔적으로 단 한가지 유물만을 남겨 놓고 갔었다. 아는 이는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별로 값지지도 않은 몇권의 대학 노트로 되어 있는 비망록이었다. 우리는 그가 원래 시골집에 논섬지기나 땅을 가지고 있었고, 서신에도 별로 궁기를 띠지 않았기 때문에 설마 옷가지 정도는 정리할 게 좀 남아 있으리라 생각해"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 형의 임종 순간이 노트 몇 권밖에 남길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나이 서른넷이 되도록 결혼 살림도 내 보지 못한 민 형은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주변을 말끔히 정리한 다음 스스로 임종을 맞았으리라는, 어쩌면 그 임종은 민 형 자기에 의해서 훨씬 오래 전부터 계획되었는지 모른다는 추측이 유력했던 것이다. 하고 보면 그의 유품인 비망록은 그가 간 뒤에도 남겨두고 싶은 유일한 소지물이었음이 틀림없었을 거라고들 했다. 한데 그가 죽은 뒤로 친구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그 초라한 비망 노트였다. 이것도 웬만한 친구들 사이에는 잘 알려진 일이지만 민 형은 소설을 한 편도 쓰지 않은 소설가로 통하고 있었다. 소설을 쓰다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든가, 무슨 문예 잡지의 추천 같은 것을 받았다든가 하는 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우리는 그를 소설가로 불러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도 우리가 그렇게 불러 주는 것을 전혀 불쾌해 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여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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