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러너(Blade Runner, 1982) 감상문
- 최초 등록일
- 2013.05.06
- 최종 저작일
- 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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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싫었다. 좋아하는 영화라면 수십 번을 보아도 행복한 나이지만 유독 SF장르에 있어서는 과하고 유별난 편식을 했다. 상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이 과해서다. 끝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감상하다보면 공간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넓은 곳에 떨어지는 아찔함을 느낀다. 마치 우주에 나 혼자 나체로 떨어진 듯 어지럽고 두려운, 안전하지 않은, 끝을 알 수 없는 확장된 느낌. 그런 느낌이 싫어서 미래를 그려낸 영화에는 도통 흥미가 없었다. 여기에 그 날 밤 꿈으로 영화가 재현된다면 설상가상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지하게 여러 번 고민했다. 영화를 바꿔달라고 교수님께 부탁을 드려볼까. 이래저래 시간만 가던 중 연습장 한 권과 볼펜을 들고 영화는 시작되었다.
크레디트가 올라간 배경은 암울하다. 2019년이라는 설정 때문인지(개봉 당시보다는 37년 후이지만)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거리의 풍경. 심지어 뒷거리의 지저분함은 일반적으로 사이버틱한 이미지를 갖는 미래라는 시간적 설정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삶의 터전인 지구가 아니라 버려진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미래영화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량들이다. 덧붙여 별 반 다를 것 없는 이 미래 세상에는 복제인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출생지인 지구로 되돌아오는 것은 ‘은퇴’, 곧 사살을 의미한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는 뛰어난 능력 때문에 4명의 복제인간을 찾아내 은퇴시킬 것을 임무로 받는다. 복제인간은 인간의 모든 것에서 감정만을 배제한 채 복제된 상품들이다. 몇 년이 지나면 자신만의 감정을 발달시킬지도 모른다는 생산자들의 우려 끝에 ‘안전 장치’를 탑재한다. 이 아이러니한 안전장치는 바로 4년의 수명이다. 과연 누구에게 안전 하다는 것일까. 복제인간이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어째서 위험하다는 것 인가. 이들을 만들어낸 인간은 이들을 지배하는 위치에 서 있다. 타이렐 사의 목표인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는 실로 너무나 위험한 것이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와 같아지는 것. 권력의 상실이다. 만들어진 상품이 감히 창조주와 나란히 서게 된 다면 ‘순리’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인간들은 복제인간과 반드시 달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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