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것
- 최초 등록일
- 2002.12.17
- 최종 저작일
-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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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미아리에서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노루목 배움터'라는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스스로 자원한 것은 아니고 아는 선배가 야학 부교장을 하고 있었는데, 야학선생자리에 결원이 생겨서 후배들 중에서 그나마 '의식 있고' '한가한'-아마도 후자의 이유가 더 컸던 듯 싶다- 사람을 고르다 보니 어쩌다 내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 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니 야학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생활보호자 대상자 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이 학습부진 상태에 있으므로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과외'를 해주는 것이였다. 자원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야학선생'이 되고 나니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지고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별로 아이들에게 와 닿지 않았을 이른바 '의식화' 차원의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던 것 같다. 가끔 '가정방문'이라고 해서 아이들 집을 직접 방문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부모님들이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깍듯이 '선생대접'을 해 주셔서, 그 '돈도 안 되는' 일에 꽤나 열과 성을 다햇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가르치던 여자애가 원조교제를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저 용돈을 좀 '넉넉하게' 써 보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좀 그럴듯한 것도 주고 싶고, 베스킨 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 친구들에게 가끔 분식점에서 한턱도 쓰고 싶고,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도 사고 싶고, 40화음 핸드폰도 사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떻게 이 '소박한 동기'가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이끌었을까? 남자친구에게 그럴듯한 선물 하나 사주고 싶었으면, 엄청난 것만 아니라 한다면 평소에 용돈 좀 아껴서 사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였다. 이 아이가 남자친구에게 그럴듯한 선물 하나 사 주려면 일단 친구들 사이에서 "제는 왜 맨날 저렇게 '구리게'(후지게) 입고 다니냐'란 멸시를 참아야 하고, "니 핸디 소리 죽인다"하는 조롱, 그리고 "너 또 째냐?(돈 안내냐?)"는 핀잔을 참아야 한다. 그래도 좀 모자라면, 들키기 마련인 엄마 지갑에서 돈을 슬쩍 해서 "이 년이 누구땜시 이리 고생을 하는데, 공부도 지지리 못하면서 이젠 도독질까지 해"하는 갖은 구박을 당해야 한다. 그 속없는 남자놈이 그 선물 받고 한 번 베시시 웃는 꼴이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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