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심판>, 독후감상문
- 최초 등록일
- 2012.03.07
- 최종 저작일
- 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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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개와 같구나!”
죽음 앞에서 뱉어낸 마지막 한마디라기엔 괴상망측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즐거운 ‘소풍’이었다며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아름다운 고백이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K역시 그 어느 시인과 같이 말하고 싶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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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카프카의 『심판』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 시점이었다. 세상, 내게 주어진 모든 조건을 개인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속박’이라 판단했던 그의 생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수업이 끝났음에도 카프카의 온갖 비관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잠식해 갔고, 나는 그 생각들로부터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1호선 동대문 역이었다. 전동차를 기다리며 지하철 승강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저 멀리서 한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청소부였다. 왼손에는 본인의 키보다도 큰 대걸레를, 오른편 손에는 소위 ‘빠께쓰’라고 부르는 고동색 물통을 들고 이쪽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양쪽 다리는 안으로 심하게 구부러졌는데, 절뚝이며 뒤뚱거리는 걸음이 퍽이나 안쓰러웠다. 저런 몸을 가지고 청소 일을 하다니, 참 짓궂은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은 자식 봉양 받으며 평안히 인생의 끝자락을 누릴 때가 아닌가…….
이내 생각은 자연스럽게 수업시간의 ‘그’에게로 옮겨갔다. 과연 K가 저 모습을 보았다면 무어라 이야기했을 것인가? 과연 그는 그 청소부 할머니에게 “당신은, 장애라는 고통 속에서 신체조건까지 타의에 의해 ‘속박’당하고 말았군요. 그럼에도 그런 힘든 일을 해야 하다니, 정말 불행한 삶입니다.” 하고 말하거나 “나도 당신도 비록 모두 죽겠지만, 삶에 다가오는 거대한 속박의 존재를, 인생이 고통이라는 것을 깨달은 내 편이 그래도 당신보다는 훨씬 가치 있고 현명한 죽음입니다.”라며 비아냥거릴 수 있을 것인가. 혹은 “그러한 잔인하고 징그러운 속박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마침 저쪽에서 전동차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고 있군요. 차라리……” 따위의 말을 지껄이며 어떻게든 진정한 자유를 누리라고 권면할 수 있을 것인가.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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