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바다 감상문
- 최초 등록일
- 2010.09.09
- 최종 저작일
- 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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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서정주 바다 감상문
목차
없음
본문내용
외롭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갈 곳은 아무데도 없다. 반딧불만한 등불, 그 작은 미생물 하나 없이 그만큼 외롭다.
슬픔을 숨긴다.
애비, 에미, 형제, 친척, 동무, 계집을 잊는다. 애써 잊는다.
산, 바다 어디든 밤과 피에 젖은 국토가 있다.
여기까지 읽고서야 비로소 이 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롭구나, 슬픔을 숨기구나. 그 생각 뿐이었다. 조국은 제 나라가 제 나라가 아니다. 밤에 젖고, 피에 젖은 국토만 있다. 산으로 숨어 보아도, 바다로 피해 보아도 밤과 피에 젖은 국토는 그대로 있다. 알라스카로, 아라비아로, 아메리카로, 아프리카로 숨어 보아도 피해 보아도 밤과 피에 젖은 국토는 그대로 있다.
그는 피하려는 것이다. 밤과 피에 젖은 국토를 잊기 위해서. 산으로 가도, 바다로 가도, 그러나 알라스카로, 아라비아로, 아메리카로, 아프리카로 숨어 보아도 피할 수가 없다.
어쩌면 밤과 피에 젖은 국토가 아니라 나를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국토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라한 나를 피하고 싶었는지도, 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막한 바다에는 바다와 나 뿐이다. 피하려고 숨기려고 간 바다는 오히려 나를 더 여실하게 보여준다. 바다 한가운데서 길은 항시 어데나 있지만 길은 결국 아무 데도 없다. 나를 숨길 수는 없고, 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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