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슬라이딩 도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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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순간의 차이로 우리의 운명이 바뀐다면? 정말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나라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아무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면 그건 확률과 우연의 장난이 작용한 것 때문이지, 당신의 희망 또는 실력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어느 고등학교에 들어갔다'라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 당신이 가장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만난 친구들 중 상당수가 바로 어쩌다 만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보자. 비공식적 영향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다 만난 사람들과 연애하다 결혼한다. 그들의 걸음걸이가 조금만 더 빠르거나 늦었어도 그들의 인생 전체가 바뀌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들의 탄생 자체가 운인 것 같다. 난자 하나에 달라붙으려고 발버둥치는 그 수많은 정자들을 보면 말이다. 이건 [인생극장]의 설정보다 더 끔찍하다. 만약 자신의 선택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면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자신에게 부여될 수 있는 수많은 다양한 조합들 중 무작위로 골라낸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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