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 순천만을 다녀와서
- 최초 등록일
- 2010.06.10
- 최종 저작일
- 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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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순천만을 다녀온 후 쓴 기행문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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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남루하고 밋밋한 일상에 지쳐가는 겨울, 오랜 허무와 불면을 끌어안고 뒤척이다 모든 일상을 접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무작정 남도로 차를 몰았다. ‘사흘만, 딱 사흘만 떠돌자’ 고단한 내 영혼의 고삐를 바투 잡고 떠나는 여행길은 안온하고 즐겁기보다는 오히려 비장하기까지 해서 돌아오는 발걸음을 무겁게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미 나선 걸음을 접을 수도 없는 터……. 그래, 삶의 변주는 어떤 식으로든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오롯이 끌어안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지치고 힘들다고 해서 미루거나 투정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이다.
느닷없는 출발도 출발이었지만, 길에서 길을 찾고 옮기느라, 저녁 무렵에야 순천에 도착했다. 낙안읍성 근처 민박에 가방을 풀고, 저녁을 먹기 전 산책삼아 읍성 곳곳을 둘러보았다. 낙안읍성은 민속촌이 아니라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민속마을이다. 성곽 내에 동헌, 객사, 향교, 초가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백여 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초가집 처마에 걸린 시래기 다발과 무말랭이, 곶감을 구경하며 야트막한 돌담길을 산책하노라면, 시간을 거슬러 조선 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 자유로울 수 있으나 반면에 지치기도 일쑤라, 읍성 안 국밥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고단한 몸을 뉘었다. 내일의 일정을 가늠하며 일과를 정리하다 통나무처럼 쓰러져 죽은 듯이 잠으로 빠져든 첫 날이었다.
둘째 날, 순천만의 안개를 볼 요량으로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차가운 새벽 기운을 이겨가며 한 치 앞을 허락지 않는 안개를 더듬고 헤쳐 비릿한 갯내음 누적된 대대포구에 도착했다. 갈대밭 사이 갯강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 표현한 것처럼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 같았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으면서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고 떼어놓으며 굽이굽이 휘감고 돌았다. 김승옥의 표현대로 무진에서 만나는 안개는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부르게 하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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