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 <침묵>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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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침묵>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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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17세기 에도 시대에 자행되었던 기독교 박해시기에 선교의 꿈을 안고 일본에 들어온 포르투갈의 사제 로드리고가 느낀 내면에 대한 서술이다. 순교와 배교의 갈림길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신은 왜 우리에게 침묵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신의 존재와 배교자의 인생에 대한 신앙적 삶을 담아내고 있다. 나는 배교자가 되었음에도 신앙적 삶을 제시하는 작가의 관점이 흥미로웠고 고통의 길을 통하여 신을 만날 수 있는 친교의 신정론에 대해 더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침묵』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서구사회와 일본의 관계, 로드리고와 기치지로가 보여주는 강자와 약자, 배교한 뒤의 종교적 삶 등을 고찰할 수 있었다.
『침묵』에서 다루는 종교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이며 이에 따라 서양의 사제들이 동양으로 선교를 위해 떠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점은 포르투갈의 사제들이 가지고 있었던 서양과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들은 일본을 미개한 나라, 교화해야 할 나라쯤으로 여기고 있었고 이는 스스로가 우월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쓰레기로 묘사한다든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세계의 끝에 있는 작은 나라 정도로 인식하는 것을 통해 로드리고가 가지고 있는 동양에 대한 편향된 의식수준을 짐작케 했다. 이러한 모습은 포르투갈의 사제 로드리고가 스승처럼 믿었던 페레이라의 배교 소식을 접한 뒤에 보이는 행동으로부터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로드리고는 페레이라가 이교도의 잔혹한 고문에 굴종하여 배교하였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 로드리고를 비롯한 사제들이 일본에 잠입한 이유는 바로 배교의 소식에 대한 불신이었다. 순수하게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하려는 선교의 의도에서가 아니라 미개한 이교도들에게 졌다는 패배의식이 더욱 강렬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페레이라의 배교는 단순한 배교가 아닌 서구의 교회와 유럽 사회의 전체의 굴욕을 의미한 것과 다름이 없었고 로드리고의 일본 잠입은 이에 대한 일종의 복수로써 파악할 수 있었다

참고 자료

안영신, 「엔도 슈사쿠의 침묵(沈黙)론」, 한국일본어문학회, 일본어문학 日本語文學 第38輯, 2008. 9, pp. 169 ~ 186.
박승호,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침묵(沈默)론」, 동아시아일본학회, 일본문화연구 일본문학연구 제1집, 1999. 9, pp. 229 ~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