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균열을 통해 이루어지는 삶에 대한 성찰(박완서의 「부처님 근처」, 「지렁이 울음소리」, 「이별의 김포공항」,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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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많은 차이가 있다. 많은 차이점 중에서도 삶을 살아가며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욱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현실을 파악한다. 이를 문학사와 연관 짓는다면, 남성작가인 황순원, 김동인 등은 특정 사상을 통해 거시적으로 삶을 고찰하려 했지만, 여성작가인 박완서는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요소들을 통해 미시적으로 삶을 고찰했다. 본 글에서 분석하려는 「부처님 근처」, 「지렁이 울음소리」, 「이별의 김포공항」,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네 편의 단편 소설들도 여성의 시각을 통해 1970년대 당시의 현실을 세밀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들이 창작된 1970년대는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큰 변화가 이루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사회주의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이로 인한 사상의 탄압, 성장주의 경제 정책 등은 인간의 기본권을 붕괴시키고 있었다. 또한, 서구의 사상과 문화가 급속하게 한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 한국인의 의식구조도 본격적으로 서구화되어가고 있었다. 박완서는 이와 같이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한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혼란은 그녀가 현대인의 삶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뛰어난 문학적 감각을 통해 당시의 혼란했던 사회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여성의 삶, 나아가 인간 삶이 가진 본질적 의미까지 나타내고 있다. 본 글은 이와 같은 박완서 문학의 특징을 고찰하기 위하여 앞서 언급된 네 편의 단편 작품들을 택하여 분석하려 한다.
먼저, 「부처님 근처」는 1973년 『현대문학』을 통해 발표된 작품이다. 작품의 화자인 ‘나’는 남편과 결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다. 과거 ‘나’의 아버지와 오빠는 한국 전쟁 중 사상의 대립에 휘말려 죽었고, ‘나’는 이와 같은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으로부터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지났음에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으로부터 받은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무속 신앙, 불교와 같은 종교에 심취한다. ‘나’는 이러한 어머니의 행동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이후 어느 날,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의 22주 기일과 재수불공날을 맞아 ‘ㅂ사’라는 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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