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희곡 기적이 불 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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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비평의 성격이 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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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문학사’ 라는 말을 들으면, 시나 소설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항상 익히 들어는 왔으면서도 사실은 생소한 희곡이라는 장르 앞에서 과연 여기에는 어떤 역사나 흐름이 있었던가를 주의 깊게 생각 해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김정진의 희곡을 읽기 전 희곡에도 문학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에 그 시대의 배경과 흐름을 먼저 알아보고 희곡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희곡보다 그 시대와, 희곡의 흐름에 먼저 관심이 갔다.
20년대라고 하면 한국인이라면 다 알다시피 일제치하 아래였다. 이 시대에서 과연 제대로 된 예술 활동이 가능했을까를 생각해보며 글을 읽다가 사실주의 연극의 태동기란 구절에서 잠깐 눈이 멈췄다. 사회적 환경이나 인습 도는 개인 사이의 갈등을 나름대로 재현하고 있고, 사실적인 대사로 시대고와 생활난의 묘사에 성공하기도 한 이 연극들에 김정진의 희곡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과연 그가 말하려던 사실이란 무엇이었나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천천히 희곡을 읽는 동안 사실, 내 머릿속에서는 이것이 사실주의인가 하는 물음이 내내 맴돌았다. 희곡에서 보여주고 있는 서민들의 생활상은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을 너무도 과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병든 할아버지, 온 가족이 노동하여도 턱 없이 부족한 궁핍한 삶. 어린아이마저 혹사당하는 이 현실이 과연, 사실주의라 할 수 있는 것일까? 너무 슬프기에 오히려 외면하고 싶어지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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