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발표 장편소설 위험한 상상 감상
- 최초 등록일
- 2000.10.31
- 최종 저작일
- 2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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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김다은 소개
2. 작품 분석
3. 작품 경향
본문내용
소설가 김다은(38)의 최근 작품집 ‘위험한 상상’(이룸)에는 메시지, 재미, 창작론이 함께 들어 있다. 흔한 일은 아니다. 일단 펼치면 끝까지 읽게 되는 당의까지 입혀져 있다.
작가의 첫째 메시지는 뒤틀린 성풍속 고발이다. 표제작을 비롯, 책에 실린 9개 단편들은 우리 현실의 성이 어떻게 왜곡돼 있는지를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망 속에서 파헤쳐본다. 가장 엄숙해야할 인간관계를 섹스를 통해 조롱하고 희화화하면서 ‘우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가면무도회를 한꺼풀씩 벗기는 듯한 수법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은 차라리 옴니버스식 장편이다. 평생 위선을 벗지 못하는 우리에게 김다은 소설은 어쩌면 그 가면이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역설을 말한다. 평론가 김치수는 해설에서 “작가는 삶의 비극성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경쾌하게 그려내는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 여기저기에 매설된 재미들도 창작 교본을 쓰듯 상당한 계산과정을 거친 것 처럼 보인다. ‘그녀는 오늘 오후 남편이 숨겨놓은 여자를 만나기로 돼 있었다’(145쪽)는 식의 문장은 진부한듯 하지만 사실은 흥미유발의 창작 이론에 충실한 수법이다. 숨겨놓은 애인과 막 정사를 벌이려는 찰나에 걸려오는 보험회사 직원의 전화와 ‘비밀보장’ 상품도 그 예다. 불어교사를 짝사랑하고 그와 성행위를 상상하던 여고3년생의 아파트 투신자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주부가 대학동창과 느닷없이 벌이는 혼외정사 등도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떻게 써나가야 “읽히는지”를 마치 소설창작반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태도다.
영화 007 시리즈의 도입 부분 5분처럼 소설도 시작 몇 페이지가 승패를 가른다. 거기서 몰입시키지 못하면 실패다. 요즘 독자에게 이야기의 최면을 걸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소설 도입부부터 고작 몇분이라는 것을 김다은은 잘 알고 있다.
표제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소설의 중간을 잘라버리는 결단력도 작가가 보이는 솜씨다. 소설의 허리를 단칼로 베어내면, 그 소설의 단면과 구조가 더 생생하게 피를 흘린다. 효과의 극대화다. 그녀는 쓰는 것보다 지워내기가 얼마나 힘드는지 아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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